필자가 쓰는 글의 내용은 군대이야기가 그렇듯...
그저 그렇게 알고 넘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물이나 사건등을 각색해서 썼으니 사실인지 코치코치 캐묻는다면 필자를 무지
당황하게 만드는 불상사(?)가 생기니 그저 그렇게 알고 가볍게 읽어 주시면 됩니다.
부사관이나 위관장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소대장,중대장때의 경험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가 처음으로 그러니까 이 두 눈으로 ‘군인’이란 인식을 한게 8살때이며, 첫 상대자는 ‘공수부대아저씨’였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었고 이일로 한동안 어린나이에 ‘불면증’에 사로 잡혀야 했으며 성남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면서 겨우 치료가 된… 그리고 곶감보다 무서운게 ‘식인종’ 아니 ‘공수부대아저씨’라고 눈에 불을 켜고, 입에 거품 품으며 떠들었던 어린시절의 추억이야기를 먼저 하고자 한다.

5살때 성남으로 이사하면서 살던 곳이 ‘공수부대’와 ‘남한산성’과 근접한 ‘00동’에 살았다.
당시 7살 때이던가 그땐 ‘비리비리’하고 심히 ‘유약’했던 내가 동네 꼬맹이들에 조차 맞고 다녔고 창피했지만 더 맞을까봐 도망치면서도 큰 소리로 울면서 엄마품에 안겨야 했던 시절. 남자는 ‘알통’과 ‘갑빠’가 있어야 한다며 유난히 사내다움을 강조하시던 아버지께서 없는 살림에 생활비를 쪼개어 나를 태권도장에 보내주셨다.
초등학교 1학년때 드디어 태권도1단을 따고 난 뒤 학교건 동네건 일단 눈에 띄는 또래들은 다 박살내고 돌아다녔다.
아마 내 주먹과 발길질 보단 ‘태권도1단’이라는 자긍심과 1년내내 입고 다녔던 ‘태권도’란 글자가 등에 선명하게 새겨진 츄리닝이 무기 였던것 같다.
나는 동네에서 ‘골목대장’이 되었고 ‘지존’이었고, 어느덧 꼬맹이들에게 울타리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난 항상 턱을 높이 치켜들고, 어깨를 뒤로 확 제껴 걸었는데 옆집누가가 ‘꼴깝한다’고 놀렸는데도 넓은 아량으로 ‘용서’까지 해주는 철없는 어린시절 이야기다.

우리동네는 남한산성 산줄기를 따라 산등성이로 이뤄져 있어 언제나 능선을 헤집고 다니기를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어느 누구도 만들지 못한 산꼭대기에 이르는 샛길도 개척해서 만들었다.
우리의 아지트는 산꼭대기에 작은 바위굴을 인위적으로 크게 만들어 그럴 듯 하게 짚으로 얼기설기 만든 곳이었다.
그곳은 나의 공간이자 우리의 공간이 되기도 하였다.
바위에 올라서면 동네가 훤히 보이고, 멀리 이웃 동네들도 한눈에 들어 왔고, 잘은 모르지만 ‘훈련장’ 비슷한 운동장이 있는 곳도 보였는데 우린 그곳이 ‘공수부대’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우린 ‘공수부대아저씨’하면 사람의 몸을 입은 ‘천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니까 그랬다. ‘공수부대아저씨’들은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잘생기고, 똑똑하여 나라도 잘 지키고…. 그래서 특별히 선발된 군인을 대장이 비행기도 태워주고, 낙하산도 탈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 ‘공수부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지 우리에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비행기는 못 타더라도 ‘낙하산’만이라도 꼭 갖고 싶은것이었다.
그런 나의 생각은 우리 모두의 생각과 같았다.
그러니 그렇게 멀리 산꼭대기를 힘들지만 자주 올라간 것은 그만한 꿈 같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수부대아저씨’들이 타고 다니는 비행기는 어쩌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지나간다.
그리고 비행기 좌,우측 옆문에서 떨어지는 수 많은 낙하산들.
우리들 머리위로 마구마구 토해내는 비행기를 볼 수가 있는데 저녁 놀에 떨어지는 낙하산은 그야말로 엄청난 장관을 연출한다.
우리는 그 모습에 반해 비행기만 보이면 무조건 산꼭대기로 달려갔다.
산꼭대기에서 멀리 사라져가는 낙하산들을 마음껏 구경하였다.
이곳에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공수부대아저씨’들을 좀더 오랫동안 볼 수 있고, 혹시나 낙하산을 버리고 가면 그거 하나라도 챙겨 줍게 되는 행운을 얻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눈부신 오후, 하늘에 검은 C-123 비행기 편대가 한 방향으로 우리 머리위로 줄을 지어 날아갔다.
우리는 뛰었다.
비행기안에서 토해져 나오는 수 많은 검은 낙하산들... 며칠 만에 훈련이 시작되었나 보다.
우리는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수백여명의 군인들이 낙하산에 몸을 싣고, 지상으로 유유히 내려오고 있었다.
저녁 노을빛을 받으면서 떨어지는 낙하산들.
우리가 산꼭대기에 이르렀을 땐 비행기는 멀리 사라졌지만, 우리는 가뿐 숨을 내쉬면서 저 산 넘어로 떨어져 가는 낙하산을 바라 볼 순 있었다.
언제나 황홀하다.
정말로 이런 장관을 볼때일수록 낙하산을 구하고 싶은 신념은 불타서 어떻하든 꼭 낙하산을 갖고 싶었었는데…

그때였다.
바로 우리 앞쪽으로 낙하산 두 개가 엉켜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게 웬 떡이냐 난 흥분에 찬 큰 소리로 외쳤다.
“낙하산 잡아라”
꼬맹이들은 산아래로 손살같이 뛰어내려갔다.
나도 흥분이 되었다.
정말 낙하산은 어떻게 생겼을까 ‘공수부대아저씨’는 어떻게 생겼을까? 진짜 총을 갖고 있을까? 천사처럼 생겼을까? 얼굴은 하얗겠지? 설마 드라큘라처럼 무섭게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며, 온갖 호기심을 가득 안고 나도 힘차게 산아래로 달렸다.
우와 꼬맹이들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을 처음 봤다.
나도 질소냐 귓밥이 휘날리도록 달렸다. 너무 빨리 흥분했나보다.
“아이쿠.. 애구애구”
나는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두 무릎이 까져서 피가 났고, 팔꿈치에서도 피가 났다.
통증이 뇌신경을 마구 두들겼으나 참아야 했다.
공수부대아저씨’앞에서 아니 꼬맹이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일…
망가진 몸을 추수려 기다시피 도착했으나,
“허~허걱..”
순간 앞에 장면을 보고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 몸을 납작 엎드려 근처 바위 뒤에 숨어야 했다.
일은 벌어졌다. 꼬맹이 중 한명이 겁도 없이 낙하산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고… 그때까진 그래도 좋았는데 그 녀석이 시커멓게 위장크림을 바른 ‘공수부대아저씨’를 쓰윽 흙어보더니
“혹시 식인종 아니야”
이 한마디에 갑자기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기가막힌 표정을 짓는 ‘공수부대아저씨’가 대검을 ‘쑤욱’빼들었다.
꼬맹이들이 부동자세로 벌벌 떨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그 중 ‘공수부대아저씨’ 한 사람은 맘 좋게 생기셨는데 모른 척 낙하산을 차곡차곡 접어 ‘배낭’안에 넣고 있었고, 아주 무섭게 생긴 ‘식인종’ ‘공수부대아저씨’가 한 손에 대검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모두들 대검을 쳐다 보고 있었다. 아니 대검에 홀린듯 했다.
고요한 침묵… 죽음의 살기만 느껴졌고… 꼬맹이들을 살려줄 사람은 아무도, 아무도 없었다.
검은 숯 칠로 위장한 ‘공수부대아저씨’는 사람이 아니라 ‘식인종’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쩜 생긴 모습도 우리와는 달랐다. 누더기 같은 군복과 흑인인지 구분 못할 정도로 시커먼 위장, 부리부리하게 큰 눈동자.
(하얀 흰 자위가 데굴데굴 굴러 다니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게다가 쉰듯한 음성…. 그 음성으로 나오는 말은 알아듣기 힘든 욕이 절반이다.
결국 꼬맹이들중 한 명만 자진해서 나오란다.
모두들 꿈적 하지 않자 슬슬 허옇게 드러내는 하얀호랑이 이빨….
공수부대아저씨’들은 뱀만 잡아먹고 산단 말을 들었었는데 사람뿐이랴…
우리는 ‘식인종’을 만난 것이다. ‘식인종’은 슬슬 작업에 들어갔다.
그냥 잡아먹으면 재미없다고 거칠고 쉰 목소리로 꼬맹이들을 이리저리 굴렸다.
“동작그만, 앞으로취침, 뒤로 취침 이거 동작봐라 열차, 열차”
신기하게도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했을 말들을 우리 꼬맹이들은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한 번도 가르쳐 준적도 없는데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고난도의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자동” 까지…
꼬맹이의 얼굴엔 흙반, 눈물반, 콧물반, 땀반으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큰소리로 울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만약 울었다간 먼저 ‘식인종’들의 밥이 될지 누가 알리요. 꼬맹이들은 선착순, 팔굽혀펴기, PT체조까지 깨끗하게 소화하고 났을 때 그 동안 지켜 보고만 있던 나머지 맘 좋게 생긴 ‘식인종’이 말했다.
“우릴 봤다고 마을에 알리면 다시 와서 꼭 잡아먹겠다. 알겠나”
“예~”
“모두들 뒤로 돌앗. 집으로 향해 뛰어간다. 실시… ”
꼬맹이들은 ‘으앙’ 소리와 함께 말 그대로 총알같이 내 달렸다.
그리고 꼬맹이들 뒤로 들리는 소리
“동작봐라 동작… 잡히는 놈 잡아 먹어버려야겠어어어…푸하하하….”
\'식인종’들은 유유히 산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동안 난 바위뒤에 거의 죽어가듯이 숨만 헐떡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상의는 땀으로 흠뻑 졎어 축축해 진지 오래고 바지도 축축해진지는 오래다.
그저 숨만 내쉴뿐 몸은 굳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탈진’이었던것 같다.
집으로 가는 것도 가는 것이지만, ‘지존’인 ‘골목대장’이 숨어서 지켜만 보았으니 앞으로 꼬맹이들이 내 대장 자릴 내 놓으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과 함께 창피함에 이대로 죽고만 싶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곳엔 절대 안온다.
다짐에 다짐을 하며 힘을 내었다.
더 어둡기 전에 집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며,
한참 만에 몸을 추스리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 난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내 머리 위로 ‘식인종 공수부대아저씨’들이 야간 강하한답시고 집단으로 내 머리위로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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