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쓰는 글의 내용은 군대이야기가 그렇듯...
그저 그렇게 알고 넘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인물이나 사건등을 각색해서 썼으니 사실인지 코치코치 캐묻는다면 필자를 무지
당황하게 만드는 불상사(?)가 생기니 그저 그렇게 알고 가볍게 읽어 주시면 됩니다.
부사관이나 위관장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소대장,중대장때의 경험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아래의 글은 내가 후보생때 어쩌면 이일을 통해서 많은
자신감을 갖게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날의 감동을 글로 적어 봅니다.


제목: 할수 있다는 자신감



“빰빠 빰빠빠 빰빠라라 빰빠라라….”
“기상” “기상”
아침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불침번이 깨우는 소리로 부산히 움직
이는 동기들이 보인다. 그러나 나는 기상나팔 소리가 울리기
오래 전부터 깨어 있었다. 아니 간밤에 가위눌림과 악몽으로 인
해 뜬 눈으로 하얗게 지세웠다.
그러나 오직 나뿐이었으랴…

오늘은 3사관학교 숙영지 10km를 완전군장으로 달리는 날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오래 전부터 비무장으로 혹은 단독군장으로 단
계적으로 km수를 늘리면서 달려 왔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마
지막 코스인 완전군장으로 10km구보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언제 부턴가 구보는 내게 있어 두려움의 존재로 남아 있었다. 특
히 매일 실시한 선착순에 늘 꼴찌로 들어오는 나는 달린다는 것
자체가 심적 부담이 무척 클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오래 달려
야 하는 구보는 출발 선에서부터 맥이 풀어져, 하체는 밧데리가
방전된 장난감 강아지처럼 어기적 어기적 거릴 뿐이다.
점점 체격은 좋아지는 데 체력에 문제가 있음을 본다.

조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머리 속엔 완전군장 구보에 대한 공포
로 모래 씹듯 했다.
오늘 따라 태양은 아스팔트를 녹일 정도로 뜨거웠고 우리들의 얼
굴도 빨갛게 상기되었다.
잠시 후 스피커가 켜지는 소리가 울리더니 훈육관의 집합소리가
들렸다. 우린 기다렸다는 듯 신속하게 완전군장을 꾸리고 집합했
다.

태양은 우리들 머리 위에 이글거리고, 30kg의 군장은 내 어깨를
짖 누른다.
모두들 긴장과 군장으로 인하여 군복은 땀에 흠뻑 젖어 있고, 혀
끝은 벌써부터 단내로 가득하다. 우린 오와 열을 맞춰 훈육대 소
연병장에 모여있었다.
훈육관과 구대장들의 무거운 표정이 완전군장구보가 얼마나 힘든
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구보를 하기 앞서 예전 3사교가 어떤 목적으로 세워졌는
지 구대장으로부터 들었다.
전군 최강의 초급장교를 육성하기 위해 3사교가 설립이 되었다.
이에 따른 교육훈련은 타 장교 교육훈련 보다 고되고 힘들 수 밖
에 없어 훈련은 상식을 초월한다. 선배님들은 예전에 3사교가 자
갈길로 되어 있어도 맨발로 완전군장으로 뛰었다고 한다. 구대장
은 다시 한 번 선배들을 상기 시켰다.
이윽고 훈육관이 나오셨다.
“구보에 자신이 없는 후보생은 모두 앞으로 나와라”
훈육관이 우릴 보면서 걱정 스러움에 한 말씀 하셨다.
“……”
아무도 앞으로 나서는 후보생이 없었다. 잠시 고요한 침묵 속에
있다 침묵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서 중대기를 들고 있던 한 후보생이 중대기를 높이 쳐 들었
다.
그리곤 “6훈육대 파이팅”을 외쳤다.
우리도 “6훈육대 파이팅”을 외쳤다. 온 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을 느꼈다. 우리중대의 파이팅을 시작으로 각 중대별로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 치듯 연속으로 들렸다. 후보생
모두 사기가 충만한 듯 분위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훈육관의 기를 불어주는 ‘악’ 고함과 함께 우린 좌선으로 ‘척
척’ 군화소리를 맞춰가며 잰 걸음으로 보급로에 나섯다. 그리
고 점차 속도를 높여 달렸다.
우리중대 앞에 저 멀리 언제나 앞장서 달리는 1훈육대의 깃발이
보였다.
우린 중대장 후보생의 군가 구령을 듣고 군가를 불렀다.
악을 쓰면서 군가를 부르면서 달렸다.

학교는 참 넓었다.
각 훈련교장으로 이동하면서 보았던 곳 보다 처음으로 마주치는
곳도 많았다.
이렇게 주변을 돌아보면서 처음 20여분간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러나 학교주변을 1/3 정도 지나면서 이젠 눈에 아무것도 안 들
어온다.
숨이 턱에 차면서 다리가 무거워 진다.
누군 악이 바치면 군가소리가 커진다는데 나는 군가소리가 갈수
록 작아진다.
고개는 쳐지고 시선은 자꾸 동기의 발 뒤꿈치만을 쳐다본다.
‘이대로 처지는게 아닐까..’
동기들은 염려스런 눈길을 내게 보낸다.
뒤에선 훈육관과 구대장이 우리들에게 군가소리가 작다고 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젠 그나마 군가가 나오질 않는다.
나로 인해 동기들이 군가를 더 크게 불러야 하니 어느새 동기들
에게 염치없는 존재가 되었다.
먼저 달리던 앞 중대에서 낙오자가 생겨서 옆으로 열외 되는 것
을 보았다.
저렇게 열외 되는 후보생이 앞으로 나의 모습을 미리 그려 보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런데 곧 바로 동기생들이 낙오된 후보생의
군장을 들쳐 메고 또 다른 후보생은 동기를 어깨에 메고 달린
다. 그렇다. 우리들은 한 배를 탄 동기들이 있는 것이다.
중간중간 학부과정의 선배들도 나와서 힘차게 박수로 응원해 주
고 있었다.
근무복을 입은 선배들을 바라보며 나도 낙오 없이 임관하여 늠름
한 제복을 입고 이 자리에서 후배들을 격려해 줄 수 있기를 간절
히 원했다.
선배님의 박수로 힘이 솟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의지와는 달리 점점 쳐지는 나를 보았고, 동
기들은 뒤에서 밀어주었다.
정말 죽음의 순간을 목전에 두는 고통을 이겨가며 정신을 차려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저 멀리 낯익은 중대막사를 보게 되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솟기 시작했다..
이제 다왔구나 좀더 힘을 내자고 달렸다.
점차 군화소리에 맞춰 군가소리가 우렁차지기 시작했다.
우린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사기가 충천했다.
이렇게 모두들 낙오 없이 40여분간의 구보를 성공리에 마쳤다.

각 구대별로 샤워를 마치고 내무반에서 정비를 하고 있는데 중
대 강의실로 전원 집합하라는 훈육관의 명령이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왔다.
훈육관은 우리를 둘러보면서 물었다.
“모두들 수고했다. 10km 완전군장 구보를 해보니 어떠한가 귀
관..”
훈육관은 흐믓한 표정으로 한 후보생을 지적했다.
후보생이 답변하였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뛰다가 쥐가 난 척 하면서 열외 하려고 했
습니다만 참고 달렸습니다.”
모두들 공감했던지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훈육관은 또 한명의 후보생을 지적했다.
“달리면서 무엇을 느꼈는가?”
그 후보생은
“앞으로 받아야 할 훈련이 이 보다 더 힘든다고 하니 걱정이 됩
니다.”
염려스러운 표정의 후보생을 바라보니 모두들 동감하다는 듯 잠
시 숙연해 진다.
훈육관의 표정도 밝지 못하였다.
훈육관은 마지막으로 나를 지목해서 물어 보았다.
“귀관은 달리고 난 후 어떤 생각을 갖았나”
나 또한 힘든 과정을 상기하면서
“정말로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잠시 목이 메었다.
“…그러나 완전군장으로 낙오 없이 훈육대에 들어왔을 때 앞으
로 어떤 훈련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순간 훈육관의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모두들 박수”하며
나는 박수를 받았다.
훈육관은 우리에게 결론을 말씀하셨다. “이번 구보를 통해서 누
구나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정신력으로 내 자신과
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얼마든지 극한 힘든 훈련도 무사히 마칠
수 있으며 하면 된다는 정신을 갖게 된다. 그럼 귀관들은 육군소
위로 명예로운 장교단이 될 수 있다. 항상 오늘을 잊지 말고 최
선을 다하길 당부 한다. 이상”
정말로 그러했다. 그 후로 나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힘들
때마다 오늘을 잊지 않았다.고되고 힘들고 아프다고 해서 훈련에
서 열외 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었고, 지
휘자인 소대장이 되어서 병사들에게 생생한 전장체험을 알려주
기 위해서 열심히 학과에 충실하게 되었다. 이젠 체력적인 문제
에서도 결코 동기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내 혼자 해 낼 수 있었
다.
이렇게 후보생 과정에 후회없는 최선을 다했다.

난 의무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
어쩌면 사회는 군대보다 정이 없고, 냉정한 정글인지 모른다. 그
러나 난 이 정글에서 생존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생존은 이날
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않고 살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바로 3사관학교
에서 배웠다.
그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상


http://www.armypx.com 주인장씀